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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 [새] - 새와 프로메테우스의 표상 본문
예고된 폭발과 함께 주유소를 뒤덮는 불길한 화염. 관객은 어느새 천벌을 일으키는 신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보데가 만의 광경을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시커먼 갈매기 떼는 관객의 지휘 아래 땅으로 활강하여, 날카로운 부리로 사람들의 연약한 신체를 할퀴고 찢는다.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기이한 음성이 사방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주인공 멜라니와 미치가 몸을 피해 들어간 식당 안은 마치 태풍의 중심부처럼 고요하다. 한 구석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공포에 절여진 눈들은, 곧 멜라니를 향한 의심과 원망의 눈빛으로 변한다. 그 중 가장 신경쇠약적으로 보이는 두 아이의 어머니가 멜라니에게 울부짖는다. “당신이 도착하면서 이 모든 게 시작됐다더군요! 당신 누구죠? 어디서 왔죠? 모두 당신 탓이야!“라고 소리치는 이 불쌍한 여인에게 답을 해줄 차례다. 멜라니는 누구고, 그녀가 불러온 재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멜라니가 두 마리의 잉꼬를 마을에 가져감으로써 파생되는 재앙은 그리스 로마의 어떤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 세상에 가져감으로써 열리는 판도라 상자 속 재앙과 닮아있다. 특히 히치콕의 <새>로 재창조된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기존 신화를 비틀었던 카프카의 프로메테우스를 표상한다. 카프카의 텍스트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활약했던 과거의 영웅적 서사를 무시하고 그저 죄로 인해 고통 받는 존재로만 그를 묘사한다. 형벌로 인한 고통은 신이 보낸 독수리에 의해 더욱 가중되지만 이에 대한 저항과 반역의 측면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로 상징되는 멜라니와 보데가 만 주민들을 향한 새들의 되풀이 되는 형벌, 절망적인 상황과 이에 대한 수동적 반응 행위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새떼가 공격을 가하는 장면들에서, 사람들의 비명은 대체로 음소거 되며 그들은 물리적인 반격을 꾀하기보다 소극적으로 자신에게 붙은 새를 쫒아낼 뿐이다. 히치콕은 자포자기적 프로메테우스를 선택함으로써 새에 의한 자연 재난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는 무참한 처형과 오직 고통만을 강조함으로써 관객의 공포감을 성공적으로 극대화 한다.
멜라니가 두 마리의 잉꼬를 보데가 만에 데려가는 여정은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의 세계로 온 것 만큼 순탄치 않은 작죄의 연쇄이다. 그녀의 거짓된 죄는 입으로부터가 아닌, 떨림 없는 두 눈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처음 그녀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미치와 대면했을 때, 그녀는 마치 그 가게를 관리하는 직원인 양 천연덕스러운 눈을 연기해 보인다. 또한 대범하게 잉꼬가 든 새장을 들고 미치의 아파트에 침입하면서도, 그녀가 유지해 낸 당당한 눈빛은 곧장 그녀를 향한 이웃 주민의 경계를 걷어내고 친절한 참견을 유도한다. 이렇듯 멜라니의 또렷한 동공은 기존에 그녀가 행했던 주견 없는 장난들 - 예컨대 벌거벗은 채 분수에 뛰어 들거나, 창문을 깨는 등- 과는 달리, 불순한 의도를 내재한다. 사회 질서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그녀의 사적인 목적, ‘미치의 사랑‘을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속인다.
그녀는 보데가 만에 도착한 후에도 영혼 깊숙한 곳의 양심을 깨닫지 못하고 속죄의 정문이 아닌 험난한 뒷문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처음 마주친 잡화점 주인을 속이고, 학교 선생인 애니를 속이고, 그 다음 미치를 속인다. 그 순간마다 카메라는 멜라니의 두 눈을 포착하기 위해 정면 샷을 택한다. 그녀가 처음 새의 공격을 받기 직전까지도 카메라는 정면에서 멜라니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는데, 그 무책임하게 유희를 즐기는 듯한 얼굴에 새가 덮치는 순간, 지켜보는 관객과 멜라니 모두에게 정신적 충격을 가한다. 점점 대담해지는 그녀의 행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신이 내린 일종의 경고와도 같았다. 새의 공격을 받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경험한 이방인은 그 순간 낯설어지며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그녀를 경계의 눈으로 지켜보게 한다. 마을 주민들은 재난의 위험성을 알리는 멜라니를 위아래로 훑으며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그녀의 진실된 말에 불신의 눈으로 답하고, 자신들이 의지하고 싶어하는 것을 앗아가려는 여자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이에 따라 새들의 경고는 점점 강화되고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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