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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 케인이 남긴 퍼즐 조각 본문
새 하얗게 빛나는 화면 속, 어린 소년이 눈썰매를 타고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온다. 현악기의 가장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눈발이 소복히 가라앉으며 단조로운 한 폭의 겨울 유화를 그려낸다. 시종일관 소년은 그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지 못한 채, 천진하게 눈을 뭉쳐 여인숙 간판에 던지는 놀이를 한다. 어느새 소년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 여인숙 창문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밖보다 상대적으로 어두운 여인숙 내부, 어른들의 검은 복장 탓에 창문 프레임 속 소년은 흰 눈 배경과 더욱 뚜렷한 대비가 이루어진다. 이 심도 깊은 미장센으로부터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케인을 ‘강렬한 대비로 이루어진 좁은 프레임’ 안에서 마주한다. 끝내 맞춰지지 않은 하나의 퍼즐 조각과도 같은 이 프레임은 영화 전반에서 케인을 상징화 한다.
“내가 부자가 되지 않았다면, 정말 위대한 사람이 되어 있을거요.“라는 케인의 대사로도 알 수 있듯이, 막강한 부와 권력은 그를 ‘세상과의 진정한 소통‘으로부터 단절시켰다. 인콰이어러 신문, 선거 유세, 오페라 모두 그가 가진 돈으로 열어둔 대화의 장이었으나, 화자와 청자가 오로지 케인 자신뿐인 좁고 독단적인 공간이었다. 사실상 대화의 장에서 배제된 타인들은 케인과의 소통을 그만두고 그의 곁을 떠나는데, 그때마다 케인의 심리는 곧 화면 구석의 좁은 프레임 안에서 경직된 모습으로 투영된다. 이를 보여주는 첫 번째 퍼즐 조각은 릴랜드의 회상에서 릴랜드가 해고 통보를 받고 떠난 뒤, 케인이 홀로 아내의 연기 평론을 이어 쓰는 장면에서 발견된다. 케인의 모습이 삼각형으로 분절된 오른쪽 위 화면으로 보여지는데, 사무실 안의 자못 정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는 흑백의 선명한 대비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왠지 고집스러우면서도 위축되어 있는 케인을 인식한다.
두 번째 퍼즐 조각은 수잔의 회상에서 찾을 수 있다. 수잔이 제나두를 떠난 후, 혼자 남겨진 케인이 제나두의 가장 깊숙한 방에서 백라이트를 등지고 서있는 장면이다. 넓고 화려한 궁전 속에서 그가 차지한 곳은 화면의 가장 작은 프레임일 뿐이다. 소인처럼 작아진 케인의 모습은 크게 클로즈업 된 집사와 대조되어 더욱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 마침내 관객은 오직 자신만을 위했던 사랑의 쓸쓸한 말로를 목도한다.
이렇듯 그가 만들어 낸 퍼즐 조각들은 세상과 단절된 소통의 틀이자 케인 그 자체다. 한편, 구석에 놓인 퍼즐 조각들을 바라본 관객은 주변 인물들의 주관적 회상만으로는 찾을 수 없었던 케인의 새로운 단편을 마주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모자 간의 유대, 전처와 아들의 사고로 인한 심적 고통,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서사의 부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지만, 관객은 주인공의 상실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로즈버드‘라는 미완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로써 돌이켜 보면, 그 좁은 프레임 안에서 케인이 가장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던 때는 천진난만하게 눈을 뭉쳐 던지던 그의 어린 시절이었다. 비로소 관객만이 유일하게 ‘여인숙 창문 속 어린 소년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수수께끼의 빈 자리에 끼워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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