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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AI 녹이기
[괴물] - 거대한 역행, 빅 크런치 본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라고 하지요. 이미 흩어진 물 분자의 무질서함과 엎어진 결과를 초래한 시간의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며, 이 같은 자연의 섭리에 감히 역행할 수 없으니 주의하라는 일종의 경고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한데 이 영화에서는 이 불변의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거스르려는 엔트로피 “역행"을 시도합니다. 학교에서 부풀려진 거짓 소문으로부터 근원지를 찾으려는 사오리와 호리 선생, 그리고 빅 크런치를 맞이해 다시 태어나고자하는 미나토와 요리를 통해서요. 하지만 사오리와 호리 선생은 이에 실패하고 미나토와 요리는 성공한 듯 보이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사오리와 호리 선생은 매번 한 발 늦은 타이밍으로 사건의 시작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점과 어느 중간 지점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이러한 장면들이 때마다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사오리는 이미 사라져 버린 미나토의 빈 자리를 보고 뒤늦게 찾아 나서기를 반복합니다. 또한 그녀가 미나토를 터널에서 발견했을 때, 끝내 더 깊숙한 곳에 놓인 폐전차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돌아갑니다. 한편, 호리 선생은 따돌림을 주도하는 남학생 무리가 흩어지고 나서야 주변을 맴도는 미나토와 괴롭힘 당한 요리를 목격합니다. 그는 결국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학교에서 퇴출 당합니다.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찾아 헤매던 둘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뒤늦게 폐전차를 발견하고 겨우 문을 열었지만, 이미 폐전차는 미나토와 요리를 태우고 우주의 시작점을 향해 출발한 뒤입니다. 또 한 발 늦어버린 것입니다.
미나토와 요리는 어른들보다 앞서 사건의 시작점에 도달해 죽음 대신 다시 태어나기를 경험합니다. 태초의 생명으로 재탄생했다기 보다, 괴물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긍정적인 전환입니다. 이와 같은 결론에서 아이들과 함께 등장하는 “역행의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나토와 요리가 갖고 놀던 장난감의 운동입니다. 실을 잡은 아이의 손이 구심점이 되어 실 끝에 달린 작은 물체를 크게 회전시키면, 실을 통해 물체가 중심점으로 향하려는 구심력이 발생합니다. 이 반복적인 구심운동은 팽창하던 우주가 다시 한 점으로 모일 때까지 수축하는 빅 크런치, 즉 엔트로피의 역행을 연상케 합니다. 처음엔 요리가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장면을 주로 보여주고, 나중에는 요리에게 동화된 미나토 또한 장난감을 만들어 함께 노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마구 회전시키며 손으로부터 전달되는 빅 크런치의 감각을 선명하게 느낍니다. 이 선명한 감각은 죽은 고양이를 함께 묻어 환생을 기원하고, 빅 크런치의 전조 현상을 재빠르게 감지하여 우주의 시작점으로 향하는 폐전차에 올라타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끝내 도달한 곳에서 마치 스스로 수축하듯 한껏 ‘웅크린' 자세로 좁고 긴 수로를 지나 마침내 일광이 내리쬐는 숲에서 몸을 ‘펴고’ 달립니다. 그들은 현재 진행중이던 괴물의 삶으로부터 역행하여 다시 태어나기를 시도하였고, 그러한 시도 끝에 원래 그대로 변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안심하며 손에 쥔 삶을 새롭게 살아가려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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