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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AI 녹이기
구리야 사랑해~ 본문
사랑스럽고 멋진 고양이 구리에게
너가 처음 우리 가족에게 온 날이 어렴풋이 생각이 나.
동생들이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었지
혹시라도 어미가 찾을까봐 주운 자리에 돌아가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결국 한 쪽 눈이 아팠던 너는 우리가 보살피기로 했어.
털 색이 구리빛이라 나는 너에게 '구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
고양이는 새끼 때 파란 눈이었다가 점점 자신의 눈 색깔을 찾아 변한다고 해서
너의 눈은 어떤 색이 될까 궁금했었는데
어느새 너는 올리브색 두 눈을 가진 멋진 고양이가 되었어.
길고양이 출신이라기엔 잘생긴 외모에, 꼬리는 지팡이처럼 구부러져 있는 모양,
튼튼하고 늘쭉한 다리와 까칠한 성격까지 가져서 마치 고양이 왕자님 같았어.
너와 함께한 14년 세월 동안 크게 아픈 데 없이 잘 자라주었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건강하게 지낼 것 같다고 생각했나봐
일주일 전부터 만성 신부전을 진단받고 상태가 많이 안좋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집에 오는 날까지 버텨서 널 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그날 평소와는 다르게 내 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게 반가웠는데
덕분에 너와 마지막 하룻밤을 같이 보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나보다는 윤선이가 너에게 쏟은 애정이 훨씬 깊었을텐데
데면데면한 내 모습까지 보고 가려고 했다고 생각할게.
조금 더 힘을 내서 가족 여행길에 함께하고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해준 것 같아서
너무너무 고마워 구리야. 너는 정말 멋진 고양이야.
집으로 돌아가면 너가 있을 것 같고
아직 너가 멀리 떠났다는 게 실감이 안난다.
항상 있어 왔던 집 곳곳의 빈 자리가 허전하고 서글퍼질 것 같아.
어제는 너를 꼭 안으며 웃으며 작별했는데
오늘은 많이 울었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고, 잘 살아줘서 고맙고
정말 특별했던 너인 만큼,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랄게.
사랑해 구리야.
2024.08.24
2024.08.25 편지
p.s 너가 담긴 가장 오래된 사진들을 찾아봤어. 2013년이면 11년 전이네.
그때는 내가 고등학생이었고, 종종 내 책상 위에 올라와 나를 구경했던 모습이 떠오른다.